'방치된 자율'이 키운 캠퍼스 담배 전쟁… 에티켓 아닌 '공간과 제도'의 실패다
대학교 흡연구역에는 ‘규정’은 있지만 ‘질서’는 없다. 대학이 제시한 흡연 규정은 구성원들의 ‘자율’에만 기대어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그 사이를 파고든 것은 규정 대신 편의를 우선시하는 흡연자와, 그로 인해 끊임없이 침해받는 비흡연자의 건강권이다. 이처럼 시스템의 허점이 낳은 ‘방치된 자율’은 대학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을 날로 증폭시킨다. 매일 반복되는 이 비효율적인 갈등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대학교 캠퍼스 내 흡연구역을 둘러싼 갈등은 해마다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비흡연자는 일상적인 이동 경로에서 마주치는 연기로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하고, 흡연자는 이동 동선과 맞지 않는 흡연구역 배치로 이용에 불편함을 토로한다. 그러는 동안 양쪽 모두 문제를 해결할 주체가 없다는 공통된 인식 속에 갈등만 되풀이되고 있다. 숭실대학교 재학생 및 휴학생 1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비흡연자 응답자들 중 약 71.43%는 “캠퍼스 내 간접흡연 경험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로써 현재 교내에는 흡연구역이 지정되어있음에도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갈등은 왜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과연 학교 측에서는 지속되는 문제를 인식하고 실효성 있는 합의점을 고민하고 있을까.
교내 흡연구역은 객관적으로 충분할까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34개교의 캠퍼스 면적 대비 흡연구역 개수를 분석해본 결과, 숭실대학교에는 면적 10만㎡당 약 9.7개의 흡연구역이 존재한다. 이는 같은 지역구의 ▲중앙대학교(약 1.1개)나 미션스쿨인 ▲연세대학교(약 1.9개)에 비해 현저히 높은 밀도이며, 조사 대상 전체의 평균인 4.32개를 크게 상회한다. 절대 개수 기준으로 흡연구역이 가장 많은 ▲한양대학교(21개)나 ▲연세대학교(20개)조차 캠퍼스 면적이 본교보다 2~7배 이상 넓다는 점을 감안하면, 밀도 측면에서 숭실대학교는 조사 대상 중 상위권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볼 때 교내 흡연 접근성이 충분하면서도, 동시에 간접흡연 노출 위험이 큰 캠퍼스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수치상으로 볼 때 흡연구역 문제가 단순한 “공간 부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암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수치 자체가 현실의 일부만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34개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삼육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한국체육대학교,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신대학교, ▲서울기독대학교 등 7개 대학은 공식 흡연구역을 단 한 곳도 지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공식 지정 구역이 0개라는 사실이 해당 캠퍼스에 흡연이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국지역지리학회에 기재된 논문(상명대학교 연구진 소태우 외 1인) “대학 내 흡연의 공간 및 행태적 특징에 대한 지리적 고찰 : 서울 S대 사례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공식 흡연구역이 없는 대학에도 학생들 사이에서 사실상의 흡연 장소로 통용되는 암묵적 흡연구역이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적으로 공간을 지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흡연 행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공간이 비공식화·비가시화될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숭실대학교처럼 흡연구역을 명시적으로 지정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흡연을 특정 구역에 집중시켜 갈등을 가시화하는 반면, 아예 구역을 두지 않는 방식은 갈등을 잠재적으로 분산시키는 차이를 낳는다. 어느 쪽이든 “공간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의 설계 방식과 이용 문화가 어떻게 맞물리느냐의 문제임을 재확인하게 된다.
수치상 흡연구역 밀도가 높다는 사실만으로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은 다른 대학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양대학교 에리카(ERICA) 캠퍼스는 총 15개에 달하는 흡연구역을 운영 중임에도, 흡연 실태 및 흡연구역 위치를 둘러싼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관련 부서들 간의 협의를 통해 일부 흡연구역을 재조정한 바 있다. 또한 국민대학교의 경우 7개의 지정 흡연부스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학기 개강 이후마다 교내 커뮤니티에 금연구역 흡연에 관한 불만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으며, 특히 복지관에서 미래관으로 이동하는 통로와 같은 이동 동선상에서의 흡연 민원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흡연구역의 개수보다 실제 이동 동선과의 관계, 공간의 통풍 구조 등이 더 결정적인 변수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은 특정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설문 응답자들에 따르면, 숭실대 학생회관 1층 운동장 측 진입로는 대표적인 문제 지역으로 지목된다. 해당 구역은 2024년 9월 경 금연구역으로 개편되었지만, 여전히 흡연이 이루어지며 연기가 보행로 전반으로 확산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조만식기념관 뒤 벤처중소기업관 1층 사이 구역 역시 통풍이 원활하지 않아 연기가 정체되거나 건물 내부로 유입된다는 불만이 높다. 형남공학관과 정보과학관 주변은 학생 수 대비 흡연 공간이 협소하다는 인식 속에서, 학생회관 1층 운동장 진입로와 동일하게 금연으로 전환된 구역에서 “관습적 흡연”이 이루어지는 사각지대로 나타났다.
이러한 양상, 즉 흡연구역은 존재하지만 실제 통행 동선과 어긋나거나 환경적 구조 문제로 인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본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국민대학교에서는 흡연자 스스로가 “미래관 근처에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적은 것 같고, 멀리까지 가기 귀찮아서 금연구역인 것을 알면서도 흡연을 했다”고 밝힌 사례가 있으며, 고려대학교의 경우에도 설문조사를 통해 흡연구역을 재정비하고 학생회 주도로 홍보 캠페인을 진행했음에도, 공식 흡연구역의 경계를 넘어서 흡연하거나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경우가 여전히 목격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는 총학생회와 중앙위원회가 온·오프라인 설문을 통해 흡연구역을 전면 재설정하고 캠페인까지 병행한 결과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이 역시 이후 지속적인 관리 없이는 효과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결국 흡연구역 문제는 특정 대학의 배치 실패가 아니라, 공간과 제도, 문화가 맞물려야만 해결 가능한 복합적 구조임을 보여준다.
비흡연자와 흡연자 각자의 입장은 무엇인가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은 개인의 단순 일탈이라고 보기 어렵다. 설문에서 “흡연구역에 대해 불편한 점이 있는가”의 질문에 비흡연자는 “길가에 연기가 자욱하다”, “흡연구역 근처에서 반복적으로 간접흡연을 경험한다.”,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지역이 있고 간접흡연을 너무 많이 경험한다”는 등 불만을 호소했다. 반면 흡연자 중 일부는 “건물 간의 이동 경로를 따져봤을 때 흡연에 시간적 제약이 생길 때가 있다.”고 답했다. 양측의 주장 모두 타당성을 갖지만, 제한된 캠퍼스 공간 내에서 완전한 분리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더불어 흡연 문화로 인해 파생되는 부가적인 악습들은 캠퍼스 내 갈등을 한층 더 심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동아리방을 비롯한 실내 공간에서의 “전자담배 흡연” 문제다. 본교 및 타교를 막론하고 대학가 내 밀폐된 공용 공간에서 전자담배를 흡입하는 행위가 빈번히 적발되는데, 이는 “전자담배는 연기가 덜 나고 냄새가 잔류하지 않으므로 일반 담배와 다르다”는 그릇된 인식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역시 명백한 실내 흡연이자 간접흡연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다. 또한, 지정된 흡연구역 주변에서 발생하는 담배꽁초와 일회용 컵 등의 쓰레기 투기 문제 역시 고질적인 악습으로 지적된다. 흡연구역이라는 공간이 제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변이 부속 쓰레기로 오염되는 현상은, 일부 흡연자들의 공동체 의식 결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행태들은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캠퍼스의 미관과 위생을 해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한편 캠퍼스 내 지정된 구역을 벗어난 무분별한 흡연은 비흡연자뿐만 아니라 흡연자들 사이에서도 눈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본지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흡연자 역시 규정을 어기는 일부의 행태에 대해 "자신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나 "몰상식한 행동"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특히 응답자 중 상당수는 지정구역에서 벗어난 흡연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는데, 이는 일부의 일탈이 흡연자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결국 흡연권 축소로 이어진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성숙한 캠퍼스 문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공간 분리를 넘어, 흡연자 스스로가 공동체의 규칙을 준수하는 내부적인 자정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 장치, 실효성이 있는가
그러나 학교가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숭실대학교는 학칙을 통해 지정된 장소 외 흡연을 징계 사유로 명시하고 있으며,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캠퍼스 내 금연구역에서 흡연할 경우 최대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실제로 제66대 총학생회 FOCUSS:U는 지난 2월 흡연구역 위치와 금연구역 내 흡연 시 과태료 부과 가능성을 담은 안내문을 학생들에게 공지한 바 있다. 또한 교내에는 별도의 흡연구역과 흡연 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시설을 확충하거나 학생 수요에 따라 위치를 변경하고, 학생들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캠퍼스 안내와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학칙 제정, 과태료 규정, 흡연구역 지정 및 안내 등 제도적·물리적 장치는 꾸준히 마련되어 왔다. 그럼에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난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규정이나 시설의 부재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제도가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하고 있는가에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교내 흡연구역 문제는 단순히 “흡연구역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공간 분리, 이용 동선, 규정의 실효성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치상 충분해 보이는 흡연구역 역시 실제 생활권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기능하지 못하며, 명확한 관리 없이 유지되는 규정은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자유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양보만으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 양쪽의 이해관계를 파악한 후 캠퍼스 내 공존을 위한 기준을 어디에서,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Ihm Jae-young(Web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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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 Soon-oh(ST Cub-Re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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