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15년 만에 엔화 공동 매입…"엔저 방어 위한 이례적 공조

2026-09-08     Kim Min-ju(Editor-in-Chief)

미 재무부·뉴욕연방은행, 100억달러 규모 엔화 매입 단행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첫 공동 개입…환율 방어 국제 공조 나서

미국과 일본이 급격한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15년 만에 손을 맞잡았다. 8월 3일 미국 재무부와 뉴욕연방준비은행은 약 100억달러 규모의 엔화 매입에 나섰다. 이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이뤄졌던 공동 개입 이후 처음 있는 사례로, 통상 환율 방어를 자국 통화당국이 단독으로 수행해온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로 평가된다. 실제로 2022년 9월 일본 재무성이 엔화 급락을 저지하기 위해 단행한 매입 개입은 일본 단독으로 진행된 대표적 사례였다.

배경: 달러당 160엔 돌파

이번 공조의 배경에는 6월 26일(현지시간)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0엔을 넘어서며 폭락한 사건이 있다. 엔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 일본이 환율 개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측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엔저 저지라는 목표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왜 이렇게까지 엔화가 떨어졌나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으로는 미국과 일본 간 압도적인 금리 격차가 지목된다.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반면,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는 1% 안팎에 머물러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5월 5일 기준금리를 4.5%에서 4.25%로 낮췄음에도, 일본과의 금리차는 여전히 3%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져 있는 상태다.

이러한 금리차를 노린 '엔 캐리 트레이드'의 지속도 엔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초저금리로 엔화를 조달해 달러로 환전한 뒤 미국 국채 등 고수익 해외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구조가 계속되면서, 외환시장에서 엔화 매도 압력이 누적돼왔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쳐 엔저를 심화시키는 '삼중고'가 형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닛케이는 BOJ가 국채 매입 규모 조정을 7월로 미룬 것이 시장에서 통화정책 완화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엔저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BOJ가 최근 긴축 기조로 방향을 튼 것은 사실이나, 시장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입의 노림수

엔화 매입은 수요·공급 원리를 통해 엔저를 저지하는 방식이다. 엔화를 사들이고 다른 통화를 파는 과정에서 엔화 수요가 급증하면 엔화 가치는 오르고 달러는 상대적으로 내려가는 효과가 나타난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엔저 방어에 동참한 배경에는 미·중 패권 경쟁과 대외 무역 불균형 해소라는 전략적 셈법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무역적자 축소가 핵심 목표로 꼽힌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인 만큼,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경우 국채 매도에 따른 금리 급등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아울러 극단적 엔저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상황을 차단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지키고 대일 무역적자 확대를 막으려는 포석도 있다는 평가다. 엔화 약세를 노리고 숏포지션을 취해온 투기 세력에게도 이번 공동 개입이 강력한 경고 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남은 변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엔 캐리 트레이드가 유지되려면 엔저 지속과 일본의 저금리 기조가 계속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미·일 공조로 엔화 강세가 나타나거나 일본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그동안 쌓여온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unwind)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엔 캐리 자금 중 상당액이 국내 코스피 시장에 유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엔화 강세로 상황이 반전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매도 및 이탈이 이어지며 주가 급락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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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Min-ju(Editor-in-Ch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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