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지금 책으로 가는가
최근 '텍스트힙', '독파민' 등 독서 관련 신조어가 등장하며 독서가 지식습득의 수단을 넘어서서 하나의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북데이트, 교환 독서, SNS 기록 등 독서 방식 또한 변화하고 있다. 이른바 '독서 붐'의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2024년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기점으로 더욱 가속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문학이 다시 대중적 관심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독서는 하나의 ‘트렌디한 선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특히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이 유행이 빠르게 확산된 배경에는 SNS가 있다.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문화 속에서, 독서는 더 이상 개인적인 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타인과 연결되는 매개가 된다. 자연과 닮은 감성이 한껏 담긴 카페에서의 책 읽는 자신의 모습, 혹은 자동차나 기차 안에서 책을 꺼내어 읽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한다. 어느 순간 비주류 문화로 인식되어가던 아날로그형 독서가, 힙하다는 인식을 가져오게 되었다.
그런데 묻게 된다. 우리는 지금, 정말 책을 읽고 있는 걸까, 아니면 책을 연출을 위한 소비로 만들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은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더 또렷해졌다.
2026 서울국제도서전의 열기
2026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 6월24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었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인간선언(Homo duduri)'이다. '두두리'는 한국 고문헌에 등장하는 신화적 존재이자 대장장이를 뜻하는 옛말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두드리고 만들고 질문하는 존재를 가리킨다. 기술이 창작 영역마저 빠르게 대체해 나가는 지금 이 시대에, '인간다움'의 본질을 다시 선언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달리 말해 Al 가 답을 내놓는 존재라면, 질문은 인간이 하기에 이런 능력을 가진 인간임을 다시금 되새기자는 것이다. 이러한 대주제 아래, 호모 두두리의 정신과 개성을 담은 다양한 부스들이 모였다.
인간선언이라는 대주제를 중심으로 개최된 이번 도서전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첫날부터 예약한 사람들도 기나긴 줄을 서야만 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더욱 긴 줄을 오랜 시간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었다. 부스를 돌아다니는 데 양해를 구하고 사람들이 길을 터 줄 때까지 기다리며 천천히 이동해야 했다. 18개국, 530여 개 국내외 출판 관련 기관·기업 참가하였으며,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방문객들은 독서 붐의 선두자들 답게 2030세대들이 주를 이루었다. 단순히 책을 큐레이팅 하는 것이 아니라, 러닝을 하는 컨셉, 헬스장 컨셉, 영화관 컨셉, 신문사 사진부스 등 참여와 경험 중심의 부스들을 기획한 노력들이 돋보였다. 주제 강연·작가 강연·세미나·워크숍 등 현장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인기 부스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많이 밀집된 만큼 방문자들이 통행하는 데 큰 불편함을 표했다. 이 중 출판사 ‘민음사’는 이목을 끌어당기는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였다. 귀여운 캐릭터들과 콜라보한 책 표지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바이럴 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또한 미니어처 북 키링, 책갈피, 스탬프 등이 있는 캡슐 토이 가챠는 웨이팅 줄까지 서야 했다. 오후 12시 경 캡슐 토이 가챠 웨이팅이 마감되었고, 캐릭터 표지의 책들도 재고가 없었다. 이외의 부스들에서도 북 키링 굿즈, 개성 있는 티셔츠 등을 판매하면서 사람들의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게 했다. 어쩌면 책보다도 인기가 많았던 굿즈는 이번 도서전의 주인공이었다. 굿즈 덕분에 도서전의 흥행을 견인할 수 있었고, 독서에 대한 관심을 제고할 수 있기에 일부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다.
도서전 흥행 뒤의 그림자
하지만, 공간에 비해 사람들이 많이 밀집되어 있어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운 분위기였다. 굿즈가 주인공이 되고, 인스타 팔로우가 입장권이 되는 다수의 체험부스. 과연 책의 축제라고 불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현장의 방문자들은 책을 진심으로 즐기기보다도, ‘책을 즐기러 온 나’에 매몰된 것은 아니었을까?
호모 두두리의 본질을 향하여
물론 도서전에서 마케팅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출판업계의 생존을 위해 다양한 전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도서전의 본질을 흐리는 것은 안 된다. 시대의 빠른 변화와 기술 발전이라는 거친 파도 속에서 사람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사고해야 하며, 그것의 주체가 바로 호모 두두리이다. 두두리는 답을 받아쓰지 않는다. 멈추고, 질문하고, 다시 두드린다. 이러한 행위를 위해서는 롱 콘텐츠, 그리고 독서가 중요하다. 독서는 깊은 사유를 거친 두두리들의 작품이며, 두두리들 간의 소통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속도와 편의에 잠식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질문하는 힘은 흐려지고 있진 않은가?
물론 지금의 독서 붐은 유행 소비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독서 붐이 단순한 흐름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실제로 책을 펼쳐들고, 카페에서 책을 읽고, 사유하고 나누는 진짜 독서를 하는 호모 두두리 정신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역류, 우리가 책을 펼치고 읽는 것을 그것에 비유하고 싶다. 빠르게 질주하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느림을 택하는 것. 그것은 시대에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곧 시대와 속도에 맞선 인간의 저항,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다움의 선언이다.
Park Seo-won (Planning and Operations Editor)
sparkttha1@soongsil.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