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후에도 트럼피즘은 계속 된다
트럼프 이후에도 트럼피즘은 계속 된다
  • Kim Hee-nu
  • 승인 2026.06.2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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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심화된 '트럼프주의(Trumpism)'는 강력한 행정권과 경제 민족주의를 앞세워 글로벌 우파 포퓰리즘의 문법을 새로 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소외된 노동자층을 대변한다는 명분 뒤로 민주적 견제 시스템을 무력화한다는 본질적 위험을 내포하며 사회를 극단으로 분열시킨다. 이에 본지 206호에서는 기득권 불신을 자양분 삼아 트럼프 이후에도 영속될 이 독단적 포퓰리즘의 구조를 파헤치고자 한다. 결국 이 현상은 최근 정치적 진통을 겪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대의민주주의 체제에 '체제 파괴 없는 불만 흡수'라는 본질적인 생존 과제를 던지고 있다.

       

www.thewhitehouse.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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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월 20일 트럼프가 징검다리 집권에 성공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했다. 집권 1기 경험을 토대로, 제도와 정치적 합의의 중요성을 더 깊이 이해한 채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트럼피즘이 한층 더 강화된 상태로 재등장했다. 특히 고율 관세와 강경한 대외 정책 기조가 다시 부각되면서 트럼피즘이 국제 정치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피즘의 정의
    트럼피즘은 Donald John Trump의 정치 스타일과 사고방식,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중적 지지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핵심 특징으로 구체화된다.

    트럼피즘의 핵심 특징

     1. 행정부 권한 강화
     트럼피즘은 행정부 권한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행정명령의 적극적 활용, 규제기관 통제 강화, 사법부 및 의회와의 갈등 양상, 연방 권력 개입 확대 등 에서 두드러진다. 2025년 6월 8일, LA등 진보 성향이 우세한 도시에서 벌어진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가 국가 안보적 비상 상황으로 규정되며 주 방위군이 2000명 투입된 바 있다. 이 같은 대응 방식은 법과 질서 유지를 앞세워 행정부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2. 자국 우선주의와 경제 민족주의
     "America First"로 대표되는 경제 민족주의 역시 트럼피즘의 핵심 특징이다. 자국 산업 보호와 무역 장벽 강화에 대한 요구는 트럼프만의 발명품이 아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칸 조항,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CHIPS Act)에서도 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피즘은 그 강도와 방식에서 분명히 구별된다. 전통적 동맹 관계를 경제적 거래의 대상으로 삼고 자국 내 법적 제약마저 넘어서는 방식으로 보호무역을 밀어붙인다는 점에서다. 2026년 2월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보편 관세를 법정 상한을 웃도는 1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의회의 사전 승인 절차조차 생략한 이 조치는 트럼피즘의 자국 우선주의가 단순한 정책 기조를 넘어 제도적 규범과도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 반엘리트, 반관료주의 성향
      기존 정치와 행정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두드러진다. 연방 정부와 관료 집단을 비효율적이고 비대한 조직으로 보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구조 개편이나 인력 감축과 같은 정책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 정치 엘리트에 대한 반감과 맞물려 지지층 결집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일례로, 2025년 10월 1일 예산안 합의에 실패를 이유로 연방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셧다운에 돌입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피즘의 반엘리트 성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4. 신속하고 일방적인 의사결정 경향
      트럼피즘은 외교와 안보 영역에서 전통적 절차보다 신속하고 일방적인 결정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동맹보다 실 이익을 우선시하며, 필요한 경우 군사적 대응도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스라엘 측이 제시한 군사적 옵션을 수용해,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2026년 2월 27일 에픽퓨리 작전을 승인한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이는 전통적 절차보다 결단을 중시하는 트럼피즘의 정치 스타일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트럼피즘의 등장배경

        이러한 트럼피즘은 Donald John Trump의 집권1기 당시 미국의 내부 및 외부 상황이 맞물리며 등장하였다. 내부적으로는 연방정부의 국가 주도권이 강화됨에 따라 정치적 양극화와 이념적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외부적으로는 개방적 이민정책, 산업 구조 변화로 인한 일자리 축소가 사회적 불만을 키우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출마했고, 그의 강경하고 직설적인 메시지와 불만을 대변하는 정책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미국은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후보 개인의 인지도와 대중적 영향력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대통령 권한의 적극적 행사와 이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가 결합되면서 트럼피즘이 하나의 정치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트럼피즘의 확산과 영향

        트럼피즘은 미국 정치의 경계를 훌쩍 넘어섰다. 그 파장은 한 정당의 재편을 넘어 전 세계 포퓰리즘 정치의 문법을 바꿔놓고 있다. 트럼프 등장 이전의 공화당은 자유무역, 작은 정부를 신봉하는 레이건식 보수주의의 당이었다. 그러나 트럼피즘은 이 기반을 뿌리째 흔들었다. 오늘날 트럼프의 노선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인사 상당수는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거나 스스로 정계를 떠났다. 당의 강령보다 트럼프 개인에 대한 충성이 정치 생존의 조건이 된 것이다. 공화당은 이제 사실상 "트럼프당", 즉 MAGA당으로 불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MAGA는 트럼프가 2016년 대선 슬로건으로 내세운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약자로 오늘날에는 단순한 선거 구호를 넘어 트럼프 지지 운동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자리잡았다. “다시(again)”라는 단어가 함축하듯, 이 운동의 핵심에는 제조업의 번성으로,  세계 경제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던 황금기를 되찾겠다는 향수의 정치가 깔려 있다.

       트럼피즘의 물결은 미국에 그치지 않았다.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등 유럽의 포퓰리즘 정치인들은 저마다 자국의 언어와 맥락으로 트럼프와 똑같은 감정을 자극해왔다. “이민자가 우리 일자리를 빼앗는다”, “기성 엘리트가 나라를 망쳤다”, “우리나라를 먼저 챙겨야 한다” 는 서사가 그것이다.

       트럼피즘의 확산에는 기술적 토대가 있다. 트럼프는 전통적인 미디어를 우회하고 소셜미디어를 직접 지지자와의 소통 창구로 활용한 첫 번째 대통령이었다. 페이스북을 통한 직접 메시지, 폭스뉴스·브라이트바트 같은 대안 미디어 생태계, 그리고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통한 인플루언서 네트워크 등 이 모든 것이 주류 언론을 거치지 않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다. 알고리즘이 극단적 콘텐츠를 증폭시키는 구조 속에서 트럼피즘은 디지털 공간에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2023년 트럼프 2기를 대비한 920쪽 분량의 정책 문서 “프로젝트 2025”를 발표하며 트럼피즘의 이념적 설계도를 제공했다. 헤리티지 재단 대표 케빈 로버츠는 이 조직의 역할을 "트럼피즘의 제도화"로 공개적으로 규정했으며 트럼프 2기 출범 나흘 만에 트럼프의 행정명령 중 3분의 2가 프로젝트 2025의 제안과 일치하거나 부분적으로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터닝 포인트 USA, ▲클레어몬트 연구소, ▲아메리카 퍼스트 리걸 등 100개 이상의 보수 단체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MAGA 운동의 조직적 토대를 형성하고 있다. 트럼피즘은 트럼프 개인을 넘어 싱크탱크·법률단체·청년 조직을 망라한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트럼피즘에 대한 평가와 논쟁

       트럼피즘은 미국 사회를,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세계를 날카롭게 갈랐다. 같은 현상을 두고 전혀 다른 두 개의 언어가 공존한다.

       지지층의 시각: 오랫동안 무시당한 목소리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트럼피즘은 혁명이 아니라 응답이다. 대학 학위 없이 제조업·건설업에 종사하는 백인 남성 노동자, 인구가 줄어드는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 주민, 그리고 변화의 속도에 불안을 느끼는 중장년층이 트럼프 지지층의 핵심을 이룬다. 실제로 2024년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유권자에게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농촌 지역에서의 득표율은 도시 지역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수십 년간 세계화의 과실은 대도시의 전문직·금융계층이 독점했고 러스트벨트의 노동자들은 공장이 떠난 자리에 남겨졌다. 주류 정치는 이들의 분노를 무시하거나 교육 수준의 문제로 치부했다. 트럼프는 “당신들이 옳다”고 말해준 최초의 정치인이었다. 지지자들의 눈에 트럼피즘은 민주주의의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오랫동안 작동하지 않던 민주주의가 마침내 작동하기 시작한 증거다.

       비판론: 민주주의 규범의 침식

        반면 비판론자들의 우려는 근본적이다. 그들이 문제 삼는 것은 트럼프의 정책이 아니라 그가 정치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근거 없는 불복, 사법부와 언론을 적으로 규정하는 수사,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에 대한 사실상의 면죄부 등 이 모든 것이 자유민주주의가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규범을 잠식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를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비판적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했다. 비판론자들은 이것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행위라고 본다. 특히 지식인과 언론인들은 트럼피즘이 적법한 반대와 체제 전복 시도 사이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린다고 경고한다. 2025년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해 뉴욕타임스와 기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포퓰리즘 연구자들은 이를 민주주의의 "자기파괴" 메커니즘이라고 부른다. 민주적 선거를 통해 집권한 세력이 민주주의 자체를 약화시킨다는 역설이다.

       트럼프 이후에도 트럼피즘은 남는다

        2025년 트럼프의 재집권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이었지만 사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트럼프가 없어도 트럼피즘은 살아남을 것인가?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은 “그렇다”고 답한다. 세계화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 엘리트에 대한 불신은 트럼프 개인이 퇴장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공화당 안에는 이미 트럼피즘의 문법을 체화한 차세대 정치인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 선두에는 현 부통령 JD 밴스가 있다. 2028년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밴스는 36~37%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공화당 지지자의 71%가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트럼프 진영은 밴스를 트럼프의 3번째 임기를 이어갈 후계자로 공개적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공화당 전국위원회도 그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데 나서고 있다. 

        한국 독자에게 이 현상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화의 그늘,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 소셜미디어가 재편하는 정치 지형 등 이 모든 요소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한국 사회에서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2024년 12월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탄핵 정국은 제도에 대한 신뢰와 정치적 양극화 문제를 한국 사회의 전면에 부상시켰다.  트럼피즘을 읽는 것은 곧 우리 시대 포퓰리즘의 지형도를 읽는 일이다.

        결국 트럼피즘이 던지는 물음은 이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신이 낳은 불만을 자신을 파괴하지 않는 방식으로 흡수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미국만의 숙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민주주의 사회가 함께 안고 있는 과제다.

김희누 (기획운영부장)
heennx@soongsil.ac.kr

주예린(수습기자)
jooyearin@soongsil.ac.kr

김민주(편집국장)
minjukim900@soongsil.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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